“나 내일부터 비건이 되기로 했어.” 라고 말했더니, 앞에 앉아있던 친구가 ‘그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라는 표정으로 먹고 있던 햄치즈샌드위치를 내려놓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덧붙였어요. “일단 일주일만 채식을 해 보려고!” (샌드위치는 마저 맛있게 먹으라구!)
채식을 시작하는 이유는 다양한 것 같아요.
동물권과 공장식 축산업에 대한 문제의식
동물성 단백질 알러지
기후변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줄이고 싶어서
넷플릭스 다큐 더게임체인저스를 보고
또는 다이어트를 하려고?!
저도 이유가 있어요. 요리할 때 고기를 만지는 기분이 싫음(하지만 남이 해 주는 고기는 잘 먹는다는게 부끄러워요), 비건 또는 페스코가 된 친구들이 많아짐(미리 식당과 카페를 찾아놔야 합니다), 정세랑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서 기후 위기가 정말 두려워짐(작가님의 글이 너무 좋은데 마음 편히 읽을 수가 없는 슬픔) 같은 크고 작은 이유들이요.
그런데 완벽한 비건은 정말 어려워 보였습니다. 멸치육수로 만든 된장찌개, 젓갈이 들어간 김치도 먹으면 안 되니까요. 그래서 외부 일정이 적은 시기에 일주일 동안 채식을 하는 비건위크를 해 봤어요.
식단을 미리 정해 놓으니 편하더라고요!
비건위크 준비하기
이왕 채식을 하기로 한 것, 건강하게 잘 챙겨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비건 친구들한테 물어보니 다들 오아시스 마켓에서 장을 본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얼른 가입을 해 봤어요. 마침 첫 구매 이벤트로 5000원 할인까지 받아서 더 신났어요! (제 추천인 코드는 3360449 입니다)
배송료 무료 3만원을 거의 맞춰서 주문했어요
비건위크 집밥
사진으로 다시 찾아보니, 집에서 이런 것들을 해 먹었네요. 곤드레나물 파스타는 아직 도전을 못 했지만, 새로운 레시피를 많이 얻었어요. 특히 들깨 미역국, 콩나물 파스타 등은 앞으로도 자주 해 먹을 것 같고, 채담카레는 항상 쟁여놔야겠다 싶을 만큼 맛있었어요!
들기름에 구운 두부+들깨 미역국
콩나물 토마토 버섯 페투치니
쌈야채와 우거지 된장국
채담카레와 아삭이고추
동트는농가 청국장
콩국수+미역무침+아삭이고추 된장무침
치아바타
misura 토스트
어쩐지 평소보다 잘 챙겨먹은 듯한 기분이 듭니다;;;
비건위크 바깥밥
고기보다 빵을 끊기가 훨씬 힘들겠다고 생각한 저는, 비건위크 동안 다닐 카페와 식당을 미리 찾아놨습니다.
비건위크 기간에 말복까지 챙겼습니다. 강보혜님의 팝업식당에 갔어요. 고기 없이 끓이는 채개장의 국물 맛이 궁금해서요. 그런데 정작 음공스튜디오에 가서는 템페 강된장 쌈밥을 주문했어요. 템페도 궁금하고 깻잎자두냉국은 더 궁금해서요.
일단 채개장의 맛을 보니, 지금까지 고기 육수맛이라고 생각했던 그 맛과 거의 똑같아서 놀랐어요. 대파와 버섯과 고사리와 숙주나물 맛이었구나 싶어서요. 깻잎자두냉국은 달콤상큼했어요. 동치미 만들 듯이 가득 만들어 놓고 여름 내내 먹고싶어요.
용기를 안 가져가서 반찬, 두거트, 강된장을 못 사왔어요예쁜 공간에서 먹는 예쁜 음식!
비건위크 후기
예상처럼 고기를 안 먹는 건 별로 어렵지 않았는데, 역시나 버터와 우유가 들어 있는 빵이 그리웠습니다. 아이스라떼도 자꾸 생각났어요. 기분 탓인지 자주 배가 고팠습니다(하지만 간식을 먹을 수가 없어!!).
하지만 긍정적인 부분도 많았어요. 글을 쓰거나 도면을 그리거나 할 때마다 습관적으로 과자를 한 봉지씩 비우곤 했는데요. 일주일 동안 한 번도 안 먹었다는 것! 짜파게티도 안 먹었고, 아이스크림도 안 먹었고, 초코파이도 안 먹었군요!! 커피와 맥주는 그나마 마음껏 마실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자주 했고요.
지금은 비건위크를 마쳤고, 오늘 아침에는 생크림 식빵을 먹었어요. 하지만 비건위크 동안 식당, 카페, 휴게소, 마트, 편의점 등에서 자주 말했던 문장, “여기에는 내가 먹을 수 있는 게 없네??”는 앞으로도 생각날 것 같아요. 지금부터는 공간을 만들 때마다, 다양한 선택지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하나도 없는 건 정말 큰 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