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컵 팝업스토어 by 스투키 스튜디오
김태경 정유미
서울혁신파크 청년청 자립실험실에서 월경컵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스투키 스튜디오. 데이터를 찾고 모으고 정리하여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만드는 일에 관심이 많다. 상호작용이 가능한 웹 콘텐츠, 인쇄물 등을 제작한다.
자립실험실 입주 계기
월경컵을 써 보고 좋아서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어서 전 세계의 제품 정보를 모아서 정리한 웹사이트 <모여라 월경컵>을 만들었다. 그런데 온라인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사람들이 월경컵을 직접 만져 보고 착용까지 해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여성의 몸은 같은 듯 모두 달라서, 각자 편하게 느끼는 월경컵이 다를 수 있습니다. 월경컵은 시착해보고 살 수 있는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찾기 위해서는 길이, 용량, 소재 특성 등 정보가 정확히 제공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생리컵 회사마다 각각의 정보를 측정하는 기준이 조금씩 다릅니다. 컵의 길이가 34mm인 생리컵이 너무 길어서 컵의 길이가 25mm로 표기된 생리컵을 샀는데 실제로는 두 컵의 길이가 같은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정보를 측정하는 기준 자체가 달라 실제로는 정보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게 현 실정입니다.
자립실험실 준비하기
처음 한두 달은 정신없이 바빴던 기억이 난다. 각자 다른 일을 하고 있었고, 익숙하지 않은 지원 서류를 작성하고, 근처로 이사를 왔고, 허블링 페스티벌 프로그램까지 준비했다.
공간을 만드는 것도 처음, ‘월경컵 경험 공간’ 역시 처음이라 고민이 많았다. 의외로 독립서점이 좋은 힌트가 되었다. 서점이 책만 파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월경컵 판매에만 너무 집중하지 않기로 했다.
자립실험실 공간 조성
그동안 모은 월경컵을 어디에 어떻게 전시할지 가장 고민했다. 처음에는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위치를 생각했다. 그런데 사람들의 이동 방향을 관찰해보니 눈에 띄기 어려울 것 같았다. 계획을 변경해서 입구의 대각선에 전시공간을 만들었고, 자연스럽게 사무공간 위치를 결정할 수 있었다. 작은 방 안에 세면대가 있었던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피팅룸을 만들기 위해 설비 시설 공사까지 해야 했다면 훨씬 부담이 컸을 것 같다.
청년청에서 보내는 하루
잠자는 시간 이외에는 거의 청년청에 있는 것 같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일하고, 공유주방에서 요리해서 식사하고, 밤늦게까지 일한다. 상담 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사실 큰 의미가 없다. 문 앞에서 머뭇거리고 계시는 분이 있으면, 하던 일을 멈추고 들어오시라고 안내하게 된다. 최대 5시간까지 상담을 진행해 봤다. 그 외의 시간에는 각자 맡은 디자인, 개발 업무에 집중한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요가 클래스. 월경컵 상담을 받으러 오셨던 요가 선생님께서 공간이 너무 마음에 든다며 먼저 제안해 주셨다. 우리가 항상 머무르는 공간이지만, 사람들과 모여서 요가를 하고 있으니 새삼 특별하게 느껴졌다. 책 <안녕, 월경컵>을 영어로 번역하고 싶다는 말씀도 해 주셔서 의논하고 있다.
다음 공간을 계획한다면
월경컵 프로젝트가 예상보다 훨씬 많은 주목을 받은 덕분에 다양한 기회가 생겼다. 모든 프로젝트가 우리의 관심사, 접근성 · 복지 · 건강 · 장애 등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소홀히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오랜 시간 일하게 되고, 가끔 공간 운영이 힘들게 느껴질 때도 있다.
상담을 받고 월경컵을 사는 분들은 정말 고마워하신다. 우리가 돈을 받고 물건을 팔았는데, 이렇게 감사를 받아도 될까 싶을 정도로 그렇다. 상담 체계를 알고리즘으로 만들어서 자동화된 키오스크를 설치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인 공간 운영일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지금 이 공간에서 얻는 자기효능감 역시 중요하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