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도 짧은 울릉살이, 3박4일의 기록
사랑스러운 울릉살이 한 달 참여자들
울릉도에서 몇 번이나 칼라 컬슨의 「이탈리아 스타일 여행기 Italian Joy」를 생각했습니다.
시드니에서 성공적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던 저자. 그녀에게 있었던 것은 전망이 아름다운 아파트, 명품 옷과 가방, 장식품. 없었던 것은 삶의 활력소, 열정을 갖고 도전할 일, 사랑하는 사람이었어요. 저자는 겨우 30대 중반이었지만 자신이 노인처럼 느껴졌습니다.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결심한 순간, 저자는 이탈리아를 떠올립니다. 20살에 배낭여행으로 갔던 이탈리아를 내내 그리워했는데, 떠나지 못할 이유도 없었다는 것. 그래서 찾아간 이탈리아에는 새로운 인생이 있었습니다.
로모: 또 한 번, 두번째 울릉살이를 해 보고 싶나요? 그 이유는?
괜히 뜨끔했던 건, 제가 30대 중반이고 8년 만에 울릉도를 다시 왔기 때문이겠죠. 2010년에는 무려 대학교 졸업여행이었어요. 교수님 대여섯 명, 졸업 동기 십여 명이 유치원 버스 한 대를 같이 타고 2박3일을 돌아다녔습니다. 분명히 나리분지, 촛대바위, 코끼리바위, 독도 등을 다 봤었는데 어찌나 기억이 가물가물한지. 그때는 미래에 대한 걱정이 너무 많아서 울릉도의 아름다운 자연 따위 보이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바위가 코끼리를 닮았는데, 그게 왜? 저와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어서요. 2박3일 내내 교수님과 눈이 마주치면 ‘자네는 졸업하고 뭐 할 건가?’ 하는 질문이 날아왔고, 저녁에 삼겹살을 굽다가 앞으로가 막막해서 같이 울던 여행이었어요.
토란: 울릉도에서 한 달이라니.. 저도 10년 전이었으면 너무 좋아하면서 왔을 것 같아요. 인생의 휴가라고 부를 만한 시간이지 않아요?
2주의 울릉살이를 마치고, 11명 중에서 10명이 울릉도에 2주 더 있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울릉도에서 살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친구들이 생겼어요. 독도의용수비대 기념관에 취업해야 하나? 아닌가 유튜브가 답인가? 나만 알기 아까운 울릉도를 소개해주는 가이드가 되어볼까? 울릉도 감성을 담은 기념품을 만들면 어떨까?
이런 생각들이 어떻게 정리될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보고서 안에서 ‘참여자 11명 중 4명 울릉도 취업, 3명 사업자등록’과 같은 한 문장으로 정리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저는 충분히 의미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하지 않으면, 10년이 아니라 20년 뒤에도 마찬가지로 힘들어요. 그러니까 그냥 지금 해야 함! 돈이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 아는 사람이 없으면, 돈이 없는대로 시간은 어떻게든 만들어서 필요한 사람은 제가 찾아볼게요!
너무 짧게 만나서 아쉬웠던 울릉살이 참여자들. 하지만 각자 기억을 남기는 방식이 있어요. 덕분에 저는 서울로 돌아와서도 유튜브 · 인스타그램 · 블로그 등에서 그들의 울릉도를 지켜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육지에 돌아오면 오프라인에서 만나요 🙂
더 돈이 많았을 때도, 그 돈으로 내 스스로 이런 단순한 일들을 할 만큼 충분한 시간을 ‘살’ 수는 없었다. 자신과 자신의 생활을 직접 돌본다는 것은 경이로울 정도로 사람을 성숙시키는 귀중한 경험이다. 낯선 사람이 내 아파트를 청소해주고, 말끔하게 세탁한 옷들을 초록색 가방에 담아 집으로 가져다주는 그런 생활에서는 생길 수도 맛볼 수도 없는 소중한 감정이요, 경험이다. 충분한 시간을 갖는 삶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경이로운 뭔가가 있었다. 설령 그 충분한 시간이 내 옷가지들을 직접 세탁하는 사소한 일에 쓰인다고 하더라도.
「이탈리아 스타일 여행기 Italian Joy」 칼라 컬슨,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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